혁신의 시작: 11년 전 월가에 등장한 ‘최초’ 보고서
비트코인이 이제 10만 달러 선을 넘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러한 성과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11년 전, 보수적인 월스트리트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100배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한 분석가의 존재다. 바로 D.A. Davidson의 기술 리서치 총괄인 길 루리아(Gil Luria)가 그 주인공이다. 2013년 12월, 비트코인 가격이 1,000달러 미만이었을 때 발표한 그의 리포트는 지금 돌이켜보면 대담했을 뿐 아니라 비트코인에 대한 월가의 초기 접근 방식을 바꿔 놓은 기념비적 사건이었다.
전례 없는 '크립토 서머'와 제도권의 변화
최근 비트코인이 10만 달러를 넘어서며 시장에서는 ‘크립토 서머’의 도래를 실감하고 있다. 전 세계 굴지의 투자은행들과 리서치 기관—대표적으로 스탠다드 차타드(Standard Chartered), 펀드스트랫(Fundstrat) 등—이 내년 비트코인 목표가로 20만 달러 이상을 거론하고 있고, 미국 정치권에서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비트코인 전략 비축(Strategic Reserve)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수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그중 ‘채택(Adoption)’이라는 단어가 가장 큰 화두다. 길 루리아는 “비트코인은 결제 기술로서만이 아니라, 자산 클래스와 이념적 대안으로서도 광범위한 채택이 이뤄져야 가치가 상승한다”고 말한다. 이 점이 그가 2013년에 제시한 100배 상승 가능성의 핵심 논리였다.
상세 설명
1) 길 루리아가 본 비트코인 가치 상승의 핵심 동력
1. 채택(Adoption)의 중요성
비트코인에게 ‘채택’은 결제 수단 활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투자·트레이딩·포트폴리오 헤지(특히 정부나 기축통화에 대한 불신이 큰 개인의 자산 보호 수단)·이념적 가치(중앙기관을 거치지 않는 탈중앙 금융) 등, 법정화폐로부터 독립된 여러 이유로 사람들이 BTC를 구입하고 장기 보유하는 현상이 모두 채택으로 이어진다.
- 투자자·기관 참여: 헤지펀드, ETF, 연금펀드 등 제도권 자금이 유입됨에 따라 가격 상승에 기여
- 이념적 측면: 정부와 은행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는 이들이 “비트코인만이 진정한 화폐”라며 지지
2. 확정된 공급량
비트코인 공급은 ‘2100만 개’로 제한되어 있다. 만약 세계 경제가 장기적으로 디지털 자산을 더 받아들이고 여러 국가가 외환보유액처럼 비트코인을 전략 비축 자산으로 인정하게 된다면, 공급 제한으로 인해 가격은 폭발적으로 뛸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3. 디지털 골드(Digital Gold)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불리기 시작한 이유는 금처럼 희소성과 가치 저장의 기능을 동시에 지니기 때문이다. 단, 디지털이기에 운송이나 보관이 훨씬 간편하고, 소유권을 증명하기 위한 인프라도 온라인 지갑 하나면 충분하다.
2) 파생되는 두 가지 시나리오
시나리오 A: 비트코인이 ‘모든 머니(All of Money)’가 되는 길
길 루리아는 “비트코인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보편 화폐가 될 확률을 약 1~2% 정도로 본다”고 언급한다. 그 확률이 아주 낮아 보이지만, 만약 현실이 된다면 비트코인 1개의 가치가 “오늘날의 달러 가치로 환산하면 최대 500만 달러까지도 상승할 것”이라 주장한다. 이는 국가·기업·개인 모두가 비트코인을 기축으로 삼고 결제 및 보유 자산으로 대거 채택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시나리오 B: 니치(niche) 자산에 머무는 길
비트코인이 결국 ‘디지털 골드’ 정도의 역할에 그칠 수도 있다. 이는 기존 법정화폐가 지닌 통화 주도권을 지키려는 각국 정부의 완강한 태도, 중앙은행의 디지털 통화(CBDC) 발행 가능성, 제도적 규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도 투자자들 사이에 제한적·이념적·안전자산 대체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수 있다.
3) 과거와 달라진 비트코인 지형: 결제 네트워크 vs. 투자 자산
비트코인을 말할 때, 과거에는 “이것이 미래의 결제 네트워크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거래 수단으로 직접 쓰는 경우보다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 수단” 혹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많이 접근하고 있다.
- 결제 기능: 속도·수수료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레이어2 기술(예: 라이트닝 네트워크)이 꾸준히 발전 중이나, 비자(VISA)나 마스터카드(MasterCard)의 결제 인프라를 대체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 투자·저축 수단: 기관 자금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시장 유동성이 커지고, 현물 ETF 승인 여부 등에 따른 정책 이슈가 가격 변동의 핵심 트리거가 되었다.
길 루리아는 “채택이란 결제 네트워크뿐 아니라, 투자와 투기를 포함해 정부·은행 등 기존 기관을 신뢰하지 않는 사용자층의 이념적 지지를 포함한 모든 ‘비트코인 매입·보유 행위’를 의미한다”고 정의한다.
4) 예측 이후 11년이 지난 지금, 비트코인의 미래는?
비트코인은 수많은 기술적·제도적 장벽을 뚫고 10만 달러 고지에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정성은 여전히 크다. 과거에도 80%가 넘는 폭락장을 여러 번 겪었으며, 많은 전문가는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조정장을 우려한다. 길 루리아 역시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매우 큰 자산”이라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그는 여전히 “채택 확대에 따른 장기적 상승 여력”을 믿는다. 최근 엘살바도르 사례가 대표적이며, 추가로 다른 국가들이 제도적 수용에 나선다면 가격 전망은 훨씬 더 긍정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 전략 비축’을 공식적으로 실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제도적 규제와 세금 정책이 명확해진다면 업계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5) 이더리움과 알트코인: 비트코인의 유일한 대안인가?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 역할로 각광받으면서, 결제 속도나 스마트 계약 기능 면에서 비트코인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그 결과 이더리움(Ethereum)을 비롯해 더 높은 확장성과 기능성을 갖춘 알트코인 프로젝트들이 크게 주목받았다.
- 이더리움: 스마트 계약(Turing-complete)을 통해 탈중앙 금융(DeFi), NFT, DApps 등 비트코인이 담당하지 못하는 광범위한 생태계를 구축
- 기타 블록체인 플랫폼: 솔라나(Solana), 폴카닷(Polkadot) 등은 자체적인 확장성과 전문적 기능을 내세워 플랫폼 경쟁에 합류
비트코인이 독보적인 브랜드와 안정성을 지닌 반면, “기술적·경제적 혁신은 알트코인을 중심으로 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게 길 루리아의 시각이다.
6) 비트코인·크립토 관련 주식 투자의 함정: 마이크로스트래티지·코인베이스
최근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트코인 관련 주식”이 유망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살 수 없거나 규제가 까다로운 상황에서,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 코인베이스(Coinbase) 같은 종목에 매수세가 몰리는 것이다.
-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
- 회사 재무구조 자체가 ‘비트코인 보유량 + 레버리지’로 복잡하게 구성
- 실제 ‘레버리지 비트코인 투자’에 매우 가까운 형태여서 변동성이 극도로 클 수 있음
- 기업가치가 회사의 실제 현금흐름과 무관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난이도가 높다
- 코인베이스(COIN)
-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로, 비트코인뿐 아니라 이더리움 등 다양한 암호자산 거래를 중개
- 거래량이 증가할수록 수익에 직접 반영되는 구조
- 시장의 ‘크립토 겨울’ 또는 규제 리스크가 발생하면 거래량 감소로 수익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7) 전망: 암호자산과 주식시장
최근 미국 정치 지형의 변화와 금리 기조, 그리고 AI(인공지능) 산업의 성장 등 종합적인 거시환경은 전반적인 주식시장에도 변화를 예고한다.
- 빅테크(Magnificent 7) vs. 중소형 기술주
- AI 관련 인프라 구축으로 엔비디아(NVIDIA) 같은 반도체 업체들이 폭발적 매출을 기록했지만, 내년에는 그 성장률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 한편, 소프트웨어 기업(스노우플레이크, 데이터독 등)이 AI 활용 본격화로 인해 더 주목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 아마존(Amazon)과 메타(Meta)에 대한 기대
- 아마존: AWS가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가장 광범위하게 제공할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평가된다.
- 메타: 자체 대형 언어 모델(LLM)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AI 생태계 확장과 광고 서비스의 정교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고 있다.
- 테슬라(Tesla)와 팔란티어(Palantir)
- 팔란티어: 빅데이터 및 AI 분석 역량으로 ‘상업용+정부용’ 프로젝트에서 입지가 탄탄
- 테슬라: 차량 사업뿐 아니라 로보택시, 휴머노이드 로봇 등 미래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어 있어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
목록 정리: 비트코인 장기 상승을 이끄는 세 가지 요인
- 글로벌 채택(Adoption) 증가
- 국가 차원의 법정화폐 혹은 전략 비축 수단 채택
- 기업재무(트레저리)에 비트코인 편입
- 개인투자자의 이념적 지지 확산
- 공급 제한과 희소성
- 총 발행량 2100만 개, 시간에 따라 채굴량 감소(반감기)
- 대규모 채택이 일어날 경우 가격에 대한 상승 압력 확대
- 기술 발전 및 인프라 확충
- 결제, 송금, 보안, 확장성을 향상시키는 레이어2 솔루션(라이트닝 네트워크 등)
- 금융상품(ETF, 선물, 옵션 등)이 주류 기관에 대거 편입
표: 비트코인과 관련 자산의 주요 특징
분류 | 특징 | 장점 | 고려사항 |
---|---|---|---|
비트코인 (BTC) | 총 발행량 2100만 개, 탈중앙 분산 원장 기술 기반 | 가치 저장 수단(디지털 골드), 탈중앙화 보장, 한계적 결제 네트워크 인프라 | 높은 변동성, 규제 불확실성, 가격 급등락 가능성 |
이더리움 (ETH) | 스마트 계약 기반, 탈중앙 앱(DeFi, NFT 등) 활용도 높음 | 유연한 개발 환경, 다양한 DApp 생태계, 높은 확장성 | 거래 수수료(가스비) 변동성, 업그레이드(ETH 2.0 등)에 따른 리스크 |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 | BTC 보유량을 레버리지로 확대, 실질적으로 BTC에 간접 투자하는 기업 구조 | BTC 상승 시 주가 극대화, 기업 재무지표 및 암호자산 시장 간 시너지 효과 | 레버리지 위험, 복잡한 재무구조로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움, BTC 하락 시 주가 폭락 가능 |
코인베이스(COIN) |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여러 코인 거래 수익 창출 | 암호자산 시장 성장 시 직접적 수혜, 투자자 유입 증가에 따른 거래량 급증 | 시장 침체기(크립토 겨울)에는 거래량 급감, 규제 이슈 발생 시 매출 타격 |
결론: 미래를 위한 통찰과 준비
길 루리아가 2013년에 내다본 ‘비트코인 100배 상승’은 현재 시점에서 사실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비트코인은 0이 될 수도 있고, 500만 달러가 될 수도 있다”는 폭넓은 시나리오를 인정한다.
그 이유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자산의 가치가 결제 편의성이나 기술적 우수성보다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자산을 채택하느냐”라는 본질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비트코인은 이미 지난 15여 년 동안 금융·기술·이념 분야에서 깊은 발자취를 남겼다. 그 과정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수억 명이 암호자산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정부 규제와 제도권 금융도 조금씩 문호를 열고 있다. 새로운 행정부의 정책, 글로벌 경제 흐름, AI 기술 발전, 각국의 CBDC 출시 여부 등 앞으로의 변수가 너무나도 많기에, 더욱 면밀하게 시장 흐름과 기술 트렌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불확실성 속에서도, “디지털 시대의 희소성과 탈중앙성”이라는 비트코인의 핵심 가치는 점점 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이 비트코인의 ‘크립토 서머’가 맞다면, 그다음에는 다시 찾아올 수도 있는 ‘크립토 윈터’를 어떻게 대비할지,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가져다줄지 장기적 시각으로 살펴볼 시점이다.
참고자료 및 출처
- 원문 비트코인 백서 (Satoshi Nakamoto, 2008)
- D.A. Davidson 리서치 자료 (공식 웹사이트)
- Standard Chartered “비트코인 가격 전망” 관련 보도 자료
- Fundstrat Global Advisors